영화 '디 벨레' 감상문(스포일러 있음)

2015. 11. 2. 23:30리뷰/영화

 만약 라이너가 히틀러처럼 독일 전체를 지배했어도 독재를 포기했을까? 영화가 나에게 남긴 질문은 영화가 아닌 실제 독재였다면 이렇게 쉽게 끝났을까이다. 여기서 실제 독재라 함은 학교 규모가 아니라 국가나 세계 규모를 뜻한다. 질문은 실제 사회에서는 어떻게 해야 독재 정치를 끝낼 있을 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영화에서는 마지막 부분에서 라이너가 학생들을 강당에 불러모으고, 이제 벨레 끝내자고 하며 학생들을 돌려보내려 한다. 영화에서는 독재자 본인도 벨레(독재) 끝내고 싶어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라이너의 영향력이 겨우 일부 학생에게만 미쳤을 , 벨레로는 경찰이나 언론, 사회의 압력 등을 도저히 이겨낼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기에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도 경찰에게서 벗어날 없어서 자신이 통제할 없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을 두려워하여 종식시키려 했던 것이다.

 영화와 달리 만약 라이너의 권력이 히틀러나 스탈린처럼 국가적인 수준이었거나 혹은 이상이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때에도 라이너가 권력의 유혹을 물리치며 독재의 부정적인 점을 떠올리고 그만두려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면 마지막에 총을 학생처럼 광적인 추종자들이 생겨났을 것이고, 독재자 본인도 집단의 광기를 걷잡을 없었을 것이므로 그렇게 쉽게 독재 정치가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재자도 원하지 않지만 감당할 없는 상황에 이겨 독재를 계속하거나, 독재자가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독재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독재를 계속하거나, 독재자가 체제를 붕괴시켰어도 3 사람들이 나타나 자신을 독재자라고 외치며 사분오열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정은 라이너가 독재에 성공하여 안정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독재 체제를 구축함에도 불구하고 독재를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아마 라이너는 권력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독일 전역 또는 세계를 통치하며 호의호식하려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라이너의 벨레에 대한 집념이 포기로 바뀐 순간은 신문 1면에 벨레의 로고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커짐을 직감한 순간이다. 벨레에 대한 추종자가 늘어나 초등학생들까지 벨레를 따라하면서 학교 정문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 것을 들었을 때에도 그만두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사실을 알려준 카로를 설득하려고 했다. 자신이 통제할 없는 범위나 건드릴 없는 영역, 영향력이 없는 기관에까지 벨레가 뻗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그만둘 결심을 하게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안위에 위협이 가해지지만 않으면 다소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거나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지속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 맛을 독재자가 독재를 지속하려할 때에 어떻게 해야 독재가 종식될 있을까? 그것은 영화만으로는 없지만, 독재 정치가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끝났는지를 살펴보면 있다. 우리가 아는 독재자는 히틀러, 스탈린, 북한의 집권자, 푸틴, 우리나라의 군사 독재자, 그리고 후진국의 집권자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세계대전 패배, 집권자 사망, 삼대 세습, 권력 유지, 민주화 운동, 점진적인 민주화 등으로 독재를 종결시켰거나 지속하고 있다. 민중의 95% 이상이 지지하던 독재자와 민중의 50% 이하가 지지하던 독재자의 결말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중간 정도의 지지를 받는 독재자는 상황에 따라 달랐다). 전두환 정권이나 후진국의 독재가 파멸 사례처럼 50% 이하의 민중이 지지하던 독재자의 경우 대부분 민주화 운동으로 실각하게 됐으나, 그와 달리 민중의 95% 이상이 지지하는 진짜배기독재자는 세계 규모의 전쟁에서 패배했을 때에만 독재가 종식되었다. 만약 지지도가 95% 이상인 독재자가 세계급 규모의 대전에서 패배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권력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실제로 세계를 양분하여 공산주의 진영의 독재자로서 죽을 때까지 최고권력자로 권력을 손에 놓지 않은 스탈린이나, 죽어서까지도 신격 존재로 추앙받으며 죽어서도 자식에게 권력을 세습하기까지한 현재의 북한을 떠올릴 있다.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북한의 독재를 어떻게 그만두게 지에 대한 의문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렇다면 추론한 대로 북한의 독재를 끝내려면 오로지 국가적 규모의 전쟁밖에 답이 없을까?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대답에는 만약 북한 내부에서 국방위원장에 대한 지지도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작금의 추세로 때에는 철통같은 감시 체제와 우상화 교육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바뀌는 일은 어려워보이기 때문이다. 완벽에 가까운 공포정치와 감시로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극단적으로 암살 사건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에 왕이 암살당해도 다른 사람으로 왕이 대체될 , 왕이라는 계급 자체가 없어지거나 체제가 바뀌지는 않듯이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외부의 개입이 아니라 내부에서의 시민들의 요구로 인한 민주화이다. 하지만 지지도 95% 넘어서 99% 이상인 북한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도 요원하다. 현재의 북한 체제 하에서는 적어도 수십년 동안은 민주화 운동이 벌어질만큼 지지가 낮아지기는 어렵다. 전술했듯 감시와 통제, 억압과 공포정치, 우상화 등이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독재를 끝내려면 현재로서는 오로지 전쟁밖에 없다. 외부에서의 격렬한 충돌과 개입을 통한 방법이 유일하다. 마치 벨레에서 라이너가 경찰에게 끌려갔듯이 외부의 강력한 세력에 의해 무너지는 것만이 북한의 독재를 없애는길이다.

  영화를 통해 내가 얻어간 것은 가지이다. 첫번째는 독재는 어떻게해서 끝나는지를세계의 역사적 사례를 통해 방안을 떠올릴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독재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위에 북한이 맞닿아있는 한국사람인 나에게는 다른 국가나 진영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북한의 독재를 타파하는 데에는 어떤 것이 가장 현실적일지 생각하게끔 해주었다.

 이러한 사색은 지식은 물론이고 나의 정신도 풍요롭게 것이고, 나아가 앞으로 내가 올바르게 생각하고 살아갈 있게 해주고, 나를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단순히 액션신이 화려하고, 3D효과가 웅장하고, 주인공이 예쁘거나 유명 연예인인 요즘의 상업 영화들보다, 영화처럼 나에게 사색과 철학의 기회를 주고, 명의 작은 철학자로 만들어주는 영화가 나는 좋다.